그래도 비는 샌다.


지금 당신이 서있는 이 공간은 건축사사무소 SF LAB (SPACE & FORM LABORATORY)이 2014 년 6월부터 2개월간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거쳐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래 동2가 14-63번지이다. 7평정도의 1층과 그 두배의 2층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공간은 문래동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러하듯 공장으로 태어나 오늘날까지 사용되며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짊어지고 있던 낡은 건축물 이었다.

하나의 건축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되어 파괴에 이르고 또다시 새롭게 지어지 는 일은 도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또 일어나야만 하는 건강한 현상이다. 그런 데 문래동은 그리고 그안에 존재하는 건물은 무언가 이상하다. 낡고 낡아서 무너질 만도 한데 끈질기게 그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 문래동 사람들이 있다. 비가 새면 지붕을 덧대고, 화장실이 없으니 공동화장실을 이용하고, 수도가 없으니 물을 받아다가 씻고, 당연하다는듯 거리를 가득채운 소음과 분진들이 지겹게 들러붙어도 그들은 끈질기게 하루를 보내고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죽을듯 죽지않는 도시를 가능케하는 것이며, 그 어떤 이유가 이 도시가 만들어 내는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생활환경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일까?

이땅의 도시환경을 건축을 통해 만들어가는 건축가로서 처음 문래동을 발견한 이후로 갖게된 이 의문들은 나 스스로가 이 위기의 도시에 터전을 정하고 작업공간을 가꾸어 나가며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했고 그렇게 얻어진 답은 대부분 또다른 질문들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내용증명-“당신의 삶을 증명하라!”> 기획에서 내가 증명하고자하는 문래동에서의 삶의 내용은 도시-건축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활을 하는 건축가가 이 특별한 도시를 만나고 그안에 살고자하는 열망이 다시금 이 위기의 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 는 하나의 작은 사건이 되는 한편 이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또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끊임없이 도시와 교감하며 순환하는 일상을 구축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번 전시“그래도 비는 샌다.”는 이 과정의 첫걸음이었던 문래동2가 14-63번지 공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다. 전시는 크게 두가지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데 우선 사진, 스케치 그리고 도면을 통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재구성한 평면작업 그리고 복합재료를 사용한 설치작업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해당하는 SF LAB 사무실의 1층공간 전체에 전시된다.

두가지 작업 그리고 이를 담는 공간의 전시구조는 앞서 말한 ‘도시와 교감하며 순환 하는 일상’과 닮아있다. 리노베이션과정에서 부딪힌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건축적 노력들 (그래도 비는 샌다.)을 서술하고 예술적 도구를 빌어 표현한 작업들의 의미는 한 개인의 경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이 도시가 처해진 위기- 서울 한복판이라 믿기 힘들정도로 열악한 생활환경, 경제논리앞에 언제 사라질지 모를 존재의 가치- 를 드러내고 나아가서는 이 위기의 도시를 포위하고있는 ‘어쩔수없지 않은가?’ 라는 암묵적 동의나 체념에 동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여기-지금>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곧 그 삶의 무대가 되는 도시의 존재이유로 확장 되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 증명해야만 하는 이곳 문래동에서 당신이 이글을 읽는 장소가 <SF LAB 1층-오늘 > 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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