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로 부터


이번 전시공간을 계획하며 줄곧 상상했던 장면은 가마 안에서 흙이 도자기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마치 태아가 성장하듯 불 속에서 저마다의 꼴을 갖추며 시간의 시작을 기다리는 가마의 공간은 격정으로 가득찬 미완의 영역이다. 생성의 과정은 순수하다. 끓는듯한 불이 모든 것을 정화하고 남는 것들은 모두 하나가 된다. 이윽고 가마의 문이 열리고 어두운 가마 속에 첫 빛이 닿을때 도자기는 비로소 존재가 되어 우리의 시간과 일치된다.

나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홀로 마주하는 작가의 복잡한 심경 그 자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전시의 목적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작가와 관객이 작품으로 만나는 것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구체화되어 전시공간은 가마가 되고 관객은 작가가 되어 존재의 시작점에서 작품과 만나는 경험을 하는 전시공간을 구축하였다.

어스름한 공간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아가며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어딘가의 지점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세 작가의 작품들을 발견할때 그들의 작업에 대한 애정도 함께 발견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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